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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생 이창훈 제1회 김현승 시문학상 가작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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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과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898회 작성일 15-10-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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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창작과 학부생 이창훈 제1회 김현승 시문학상 가작 수상

 

뉴시스 기사 전문

 

숭실대는 전국 대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제1회 김현승 시문학상 수상작으로 정승아(연세대 국어국문학과)의 '이어짐'이 선정됐다고 8일 밝혔다.

 

김혜린의 '옆', 이창훈의 '오누이달', 정승아의 '이어짐'이 예심을 통과했으며 이 중 정승아의 '이어짐'이 최종 당선작으로 선정됐다.

 

본심위원들은 '이어짐'에 대해 "용접공인 아버지가 작업하는 모습을 조밀하게 묘사하면서도 자시의 모습을 밀도있게 형상화했다. 감정의 절제와 여운 사이에 뛰어난 접점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정승아는 "아버지에 대한 시를 쓸 때마다 아버지의 모습을 포장해서 시를 써왔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 아버지의 참모습을 담아 상을 타게 됐다. 감회가 새롭다"고 소감을 전했다.

 

숭실대는 다형(茶兄) 김현승 시인의 문학적 업적을 계승하고 시창작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김현승 시문학상을 신설, 8월31일부터 9월11일까지 제1회 공모전을 실시했다.

 

숭실대는 김현승 시문학상이 자리를 잡아 시인을 기리는 사업이 확산 및 정착되면 점차적으로 기념사업을 확대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수상작

 

오누이달

 

               이창훈

 

날아가고 싶던 어느 유년,
어머니는 우리 오누이를 연(鳶)에 매달아 띄웠다
뒤꿈치에 묻은 골목길과
가느다란 휘파람소리로 이어지는 실타래
멀리 날아라, 부디 멀리 날아가라
밤늦게까지 떠올라 하늘을 기웃거리던 우리는
실을 타고 달로 돌아갔다
어머니는 우리 울음을 기다랗게 뽑아
바늘에 끼우고는 세월을 뜨개질했다
떨어지지 않으려고 나뭇가지에 목매달고
기어이 버려진, 유산된 연
젖은 어깨의 서낭당들이 머리를 숙였고
띄우지 못한 누이의 사춘기를 곱게 땋았다
그래도 살아야 하는 것 아니겠냐
찬 새벽을 한 그릇 떠놓곤
정화수 속에 우리 오누이를 다시 낳던 어머니
어머니는 구겨진 종이처럼 기침을 내뱉고
길 위에 내려앉은 실타래를 쓸어 모았다
천천히 공기가 빠져나가는 풍선처럼
아득하게 흩뿌려지던 우리 오누이 웃음
우리는 모음(母音)을 여읜 자음(子音)이 되기 싫어서
자꾸만 어머니가 잡은 얼레를 내려다보곤 했다
달은 골목의 침묵으로 희미해져갔고 하늘은 놓쳐버린
연처럼 멀어졌다
바람도 흔들지 못하던 만월(滿月)의 요람 속으로,
낡은 사랑을 안고 우리는 떠나가고 있었다.

 

시 부문 심사평

 

가을과 고독의 시인으로 널리 알려진 다형(茶兄) 김현승 시인은 정신의 고결함을 바탕으로 종교와 사회에 대한 명시들을 남겨 한국현대문학사에서 ‘형이상학적인 서정성’을확보한 독창적인 시인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금의 우리 사회는 정신의 빈곤과 감성의 메마름으로 인해 도덕과 윤리가 실종되면서 삶의 지경이 황무지처럼 쓸쓸해졌다. 이러한 황폐함이 지성의 전당인 대학은 물론 한 시대의 정신적 좌표를 제시해야 할 문학인들 사이에서도 종종 목도되곤 한다. ‘김현승 시문학상’은 다형 김현승 시인이 보여주었던 양심과 자유와 고독의 순결한 정신을 받들어 우리의 시대와 문학을 조금이라도 더 고결하게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시인의 유족과 숭실대학교 관계자들이 모여 제정한 뜻 깊은 문학상이라 할 수 있다. 공모전 대상을 대학생으로 정한 이유는 한국문학의 미래를 이끌어갈 시인을 발굴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따라서 한 알의 씨앗이 거목이 되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 그것이 ‘김현승 시문학상’ 심사의 주요 기준임을 밝힌다. 제1회 ‘김현승 문학상’에 응모하여 예심을 통과한 작품을 놓고 본심위원들이 숙고하여 최종에 올린 작품은 김혜린의 「옆」, 이창훈의 「오누이달」, 정승아의 「이어짐」이다. 앞서 밝힌 것처럼 ‘가능성의 씨앗’을 심사의 우선 기준으로 한 바, 그 기준의 구체적인 적용은 세계(현실)를 마주하는 태도의 진정성과 자신의 생각을 시로 형상화해내는 유기적 구상 능력에 두었다. ‘나는 옆에서 태어난 사람’이라는 인상적인 표현으로 첫 행의 문을 연 김혜린의 「옆」은 사물과 풍경을 바라보는 시선이 예사롭지 않다는 점이 최대 장점이지만 세계의 안을 파고드는 의식의 치열함이 다소 부족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긴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창훈의 「오누이달」은 어머니와 오누이의 관계를 ‘연’과 ‘연줄’의 관계로 비유하면서 “우리는 모음(母音)을 여읜 자음(子音)이 되기 싫어서”라는 절박함의 심정으로 어머니와 자식 간의 끊을 수 없는 연대감의 긴장을 잘 형상화했으나 몇몇 표현의 상투성들이 그 긴장성을 풀어지게 해 아쉬움을 남겼다. 정승아의 「이어짐」은 용접공인 아버지가 작업을 하는 모습을 서두르지 않고 조밀하게 묘사해가면서 “이미 깊은 강물 건너편에 계신” 아버지와 그 강을 사이에 두고 “한치의 불꽃도 되지 못한” 자신의 모습을 담담하면서도 밀도 있게 형상화한 작품으로 읽힌다. 감정의 절제가 자칫하면 감동의 여운을 죽이는 경우가 많은데 정승아의 시는 그 지점을 잘 돌파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 점을 높이 평가해 정승아의 「이어짐」을 당선작으로, 김혜린의 「옆」과 이창훈의 「오누이달」을 가작으로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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