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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생 박현덕 시인, 시조집『스쿠터 언니』(문학들)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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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과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916회 작성일 14-10-22 00:00

본문

스쿠터 언니

박 현 덕

노란색 스쿠터를 몰고 나간 다방 언니

상점마다 굳게 다문 입을 열고 파릇한 아침 공기를
마신다 지난밤에 취객이 쏟아놓은 비린 것이 말끔하게
치워져 있다 전봇대에 낡은 양복 걸어둔 채 심해에 가
라앉아 산란을 꿈꾸던 사내도 도망친다 바람의 꼬리를
물고 늘어지는 읍엔 빈 소문들이 무성하다

소읍의 삼거리 지나며 또 바람소릴 듣는다

허기진 배 움켜쥐고 얘기 나누고픈 철물점과
간판이 너덜거리는 역전 광장 이발소와
언니는 버스 터미널까지 물음표를 찍고 온다

노란색 스쿠터가 거리를 달릴 때면
끝내는 어지러워, 날갯빛이 노랗다
더듬이 힘들게 세운 노랑나비 우리 언니

- 박현덕 시집 『 스쿠터 언니 』, 《 문학들 》에서


책 소개

『스쿠터 언니』

1967년 전남 완도에서 태어나 1987년 <시조문학>천료, 1988년 <월간문학>신인상으로 등단한 박현덕 시인이 시집『스쿠터 언니』를 상재했다. 고명철 평론가는 이 시집의 해설에서 “박현덕 시인은 오랫동안 갈고 다듬어진 시조의 품격으로써 뭇사람들의 고통스런 삶과 현실을 달래주고 치유해 주는 웅숭깊은 맛을 새롭게 창출해내고 있다”고 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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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긴 여행이라면 시인은 도보여행자다. 남들이 관광지로 몰려다니며, 맛있는 것 먹고 편하게 잘 때 도보여행자는 이곳저곳을 혼자 떠돌아다닌다. 풍경 아닌 상처를 만난다. 가끔 길을 잃기도 하지만 늘 사람들 곁에 있다. 함께 어울려 뒹굴고 노래하고 때론 눈물을 흘린다. 그래서 그가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친구가 된다. 박현덕 시인 역시 마찬가지다. ‘몰래 몰래/우는 여자‘, ‘비정규직으로 살아온‘ 사내, 고향으로 날아가고픈 불법체류자, ‘꾸불텅 갱도 속으로‘ 들어가는 탄부들……. 이들 모두 그의 삶의 일부가 된다. 쓸쓸해서 잊고 싶은 풍경이다. 그러나 문득 ‘더듬이 힘들게 세운/노랑나비‘(「스쿠터 언니」)가 눈앞에 어른거리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가냘프고 위태로운 몸짓이지만 끌어안고 보듬어야 할 희망이 아니냐고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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