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학생 정보영, 제12회 윤동주 시 문학상 당선! (작품, 심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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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학생 정보영(08학번) 학생이 연세대학교 윤동주기념사업회에서 주최한 <제12회 윤동주 시 문학상>에 당선되었습니다.
제12회 윤동주 시문학상 「당선작」
고시원의 악어
정보영
악어는
움직이지 않는다
민물에서 당할 자가 없는
특별한 그곳에만 서식하는
악어는 거의 변하지 않았다
유리창 안 차가운 악어의 눈빛
공룡시대 살아난 유일한 파충류
조상은 칠천만 년 전 고대 파충류
어둠이 짙은 빙하기의 변화를 견뎌낸,
악어가 아이들의 웃음 속에서 나일 강의
물소리를 향해 천천히 헤엄치기 시작한다
물 마시는 얼룩말의 목구멍으로 악어의 숨이 타들어간다
목마른 얼룩말 말라가는 물웅덩이 배고픈 악어
숨 숙인 채 얼룩말을 주시하는 악어
형광등이 치열하게 악어를 건조하고 있다
조금씩 단단해진 갑각의 손가락마디
넘기는 책장 한 장마다 악어의
내일이 얇게 저며지고 있다
악어
꼬박 사 년 동안의 굶주림 고갤 들면 빛나는 육삼빌딩
자꾸만 무뎌지는 빛의 한계선 안경을 고쳐 쓰는 악어 투명한
순막으로 빛나는 골목을 재조명한다 느릿느릿 꿈꾸던
한 평짜리 햇살 가득 찬 악어의 고시원
흰 벽에 창문을 그려본다 자꾸만 낮아지는 천장
악어는 말없이 늘 납작 엎드려 왔다
곁눈질 않는 시선으로 빤히 바라보며 악어는
다시 깊게 잠수한다 주먹밥을 잘근잘근
쪼개지는 시간을 밟아간다 길을 걷는 순간에도
알 같은 책을 놓지 않는 악어 그래야 마음이 놓이는
악어 메말라가는 비늘판 악어는 쉽게 눈 감지 못한다
보이지 않는 별빛대신 불 켜진 학원 간판들이
까만 밤을 수놓은 노량진의 밤
질척이는 진흙 나일 강의 물웅덩이
고개 들어 허공을 향해 입 벌린다
당구장도 가고 싶고
자장면도 먹고 싶고
사우나도 가고 싶고
때도 밀고
바나나우유도 먹고 싶고
아이스크림도 먹고 싶고
서로의 이름도 묻지 않는
저주파의 긴긴 고요
거울에 비친 악어의 충혈 된 두 눈
서로를 거울삼아, 한 뼘씩
갑각의 꼬리를
자르고
있다
<제12회 윤동주 시문학상 심사평>
예심에서 올라 온 16명의 82편의 작품들은 대체로 고른 수준을 보여주며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반면, 눈에 불을 켜게 하는 작품을 만나기는 어려웠다. 어렵사리 김현재의 「하데스」, 이서령의 「마네킹의 잠은 어둡다」, 이창훈의 「구름의 행려병」, 정보영의 「고시원의 악어」, 정지원의 「소통」(인명 가나다순)이 최종 검토의 대상이 되었다. 정지원은 현장을 포착하는 시선이 날카로웠는데, 작위성을 다듬으면 좋겠다. 이창훈은 사물에 대한 사색이 그윽한 데가 있었으나 엷은 감상기가 흠결로 지적되었다. 김현재는 사회에 대한 비판의식을 그로테스크한 재앙적 이미지로 치환하는 솜씨를 보여주었는데, 이 형상의 강렬성에 주목하자는 의견과 최근 유행하는 도식적 구도라는 의견이 엇갈렸다. 아쉬웠다. 가작으로 뽑힌 두 작품 중, 「촛불 하나」는 사물에 대한 세밀한 묘사를 살아있는 정념으로 바꾸는 데 성공하고 있다. 「마네킹의 잠은 어둡다」는 현실의 풍경을 따라가는 차분한 눈길 속에 일렁이는 욕망과 제어하려는 의지를 길항시켜 미묘한 분위기를 창출하고 있다. 「고시원의 악어」를 당선작으로 선정하였다. 가난한 자의 심리적 충동을 ‘악어’의 형상으로 치환하는 착상이 독특한 한편, 이미지의 길쭉한 이어짐이 자연스럽고 공감을 일으키는 데 성공했다는 의견에 무게가 있었다. 똑같은 갈채의 형식으로, 뽑힌 사람들에게는 축복을, 그러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격려를 보낸다.
(정현종, 홍정선, 정과리)
축하드립니다!!!
제12회 윤동주 시문학상 「당선작」
고시원의 악어
정보영
악어는
움직이지 않는다
민물에서 당할 자가 없는
특별한 그곳에만 서식하는
악어는 거의 변하지 않았다
유리창 안 차가운 악어의 눈빛
공룡시대 살아난 유일한 파충류
조상은 칠천만 년 전 고대 파충류
어둠이 짙은 빙하기의 변화를 견뎌낸,
악어가 아이들의 웃음 속에서 나일 강의
물소리를 향해 천천히 헤엄치기 시작한다
물 마시는 얼룩말의 목구멍으로 악어의 숨이 타들어간다
목마른 얼룩말 말라가는 물웅덩이 배고픈 악어
숨 숙인 채 얼룩말을 주시하는 악어
형광등이 치열하게 악어를 건조하고 있다
조금씩 단단해진 갑각의 손가락마디
넘기는 책장 한 장마다 악어의
내일이 얇게 저며지고 있다
악어
꼬박 사 년 동안의 굶주림 고갤 들면 빛나는 육삼빌딩
자꾸만 무뎌지는 빛의 한계선 안경을 고쳐 쓰는 악어 투명한
순막으로 빛나는 골목을 재조명한다 느릿느릿 꿈꾸던
한 평짜리 햇살 가득 찬 악어의 고시원
흰 벽에 창문을 그려본다 자꾸만 낮아지는 천장
악어는 말없이 늘 납작 엎드려 왔다
곁눈질 않는 시선으로 빤히 바라보며 악어는
다시 깊게 잠수한다 주먹밥을 잘근잘근
쪼개지는 시간을 밟아간다 길을 걷는 순간에도
알 같은 책을 놓지 않는 악어 그래야 마음이 놓이는
악어 메말라가는 비늘판 악어는 쉽게 눈 감지 못한다
보이지 않는 별빛대신 불 켜진 학원 간판들이
까만 밤을 수놓은 노량진의 밤
질척이는 진흙 나일 강의 물웅덩이
고개 들어 허공을 향해 입 벌린다
당구장도 가고 싶고
자장면도 먹고 싶고
사우나도 가고 싶고
때도 밀고
바나나우유도 먹고 싶고
아이스크림도 먹고 싶고
서로의 이름도 묻지 않는
저주파의 긴긴 고요
거울에 비친 악어의 충혈 된 두 눈
서로를 거울삼아, 한 뼘씩
갑각의 꼬리를
자르고
있다
<제12회 윤동주 시문학상 심사평>
예심에서 올라 온 16명의 82편의 작품들은 대체로 고른 수준을 보여주며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반면, 눈에 불을 켜게 하는 작품을 만나기는 어려웠다. 어렵사리 김현재의 「하데스」, 이서령의 「마네킹의 잠은 어둡다」, 이창훈의 「구름의 행려병」, 정보영의 「고시원의 악어」, 정지원의 「소통」(인명 가나다순)이 최종 검토의 대상이 되었다. 정지원은 현장을 포착하는 시선이 날카로웠는데, 작위성을 다듬으면 좋겠다. 이창훈은 사물에 대한 사색이 그윽한 데가 있었으나 엷은 감상기가 흠결로 지적되었다. 김현재는 사회에 대한 비판의식을 그로테스크한 재앙적 이미지로 치환하는 솜씨를 보여주었는데, 이 형상의 강렬성에 주목하자는 의견과 최근 유행하는 도식적 구도라는 의견이 엇갈렸다. 아쉬웠다. 가작으로 뽑힌 두 작품 중, 「촛불 하나」는 사물에 대한 세밀한 묘사를 살아있는 정념으로 바꾸는 데 성공하고 있다. 「마네킹의 잠은 어둡다」는 현실의 풍경을 따라가는 차분한 눈길 속에 일렁이는 욕망과 제어하려는 의지를 길항시켜 미묘한 분위기를 창출하고 있다. 「고시원의 악어」를 당선작으로 선정하였다. 가난한 자의 심리적 충동을 ‘악어’의 형상으로 치환하는 착상이 독특한 한편, 이미지의 길쭉한 이어짐이 자연스럽고 공감을 일으키는 데 성공했다는 의견에 무게가 있었다. 똑같은 갈채의 형식으로, 뽑힌 사람들에게는 축복을, 그러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격려를 보낸다.
(정현종, 홍정선, 정과리)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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