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봉 교수님, 시집 『걸레옷을 입은 구름』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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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1984년 창작과비평사에서 발간한 공동시집 『마침내 시인이여』를 통해 등단한 이은봉 시인의 등단 30주년을 맞이하여 발표한 시집이 실천문학사에서 출간되었다. 이번 시집『걸레옷을 입은 구름』을 통해 시인은 인간과 자연에 대한 지극한 연민과 애정을 변함없이 보여주면서도 꽃, 나무, 돌과 같은 생명과 무생물에서 세상의 근원적인 가치를 발견한다. 한편으로 이미 중년을 넘어서버린 자기 스스로를 발견하며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반성을 하는 내면의 목소리 또한 들려주고 있다.
추천평
이은봉 시인의 이번 시집에는 「민들레꽃」, 「주산리 꽃잔치」, 「일림산 철쭉」, 「산수유 노란 꽃」 등 꽃을 소재로 한 시들이 유난히 많다. 그래서 그런지 시의 분위기가 어둡거나 구질구질한 구석이 없다. 전체적으로 밝고 환하다. 그런 점은 이 시집의 전반부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대체로 시 하면 일단 엄숙하고 처연한 얼굴을 하고 대하게 마련인데, 이은봉 시인의 시를 읽다 보면 안 그래도 되니 시를 읽는 즐거움이 배가된다. 어쩌면 이 시인은 시와 삶의 가치를 아름다움, 따스함, 향기로움, 눈부심 같은 데 두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 이유에서일까. 이 시인의 시를 읽으면 내내 즐겁다. 마치 노란 부리의 조카 놈들, 제수씨들, 형제들, 어머니가 한데 어울려 펼치는 민들레꽃, 제비꽃, 벚꽃 등의 꽃잔치에 초대되어 한자리 차지하고 있는 느낌이다. 아마도 이는 그가 시를 통해 우선 생명의 활기를 노래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 신경림 (시인)
책속으로
주산리 꽃잔치
화들짝 피어오른 벚꽃들
송이눈으로 흩날리고 있다 목련꽃들
아직 젖가슴 퉁퉁 불어 있다
막내아우의 생일이라고
형제들 주산리 오막살이로 모여든다
아내가 옆집에서 어린 상추를 얻어 와 씻는 사이
나는 차 몰고 시내에 나가
돼지 삼겹살 몇 근 사 온다
고기 굽는 냄새가 피어오르자
조카 놈들, 입 딱딱 벌리며 달려든다
노란 부리의 제비 새끼 같다
이 모습 바라보며 제수씨들
신이 나는 모양이다 아내도
흐뭇한지 배시시 웃는다 누이동생 내외도
조금쯤 늦게 도착해 너스레를 떤다
개나리며 진달래도 낯빛 환하다
민들레며 제비꽃도 눈웃음친다
한참 꽃철인데 그냥 말 수 있겠느냐며
마음 들뜬 어머니가 형제들
한자리로, 주산리 오막살이로 불러들인 것이다
벚꽃들 송이눈으로 마구 흩날려
막내아우 생일잔치, 꽃잔치다
형제들 모여 벅적대는 것 너무 좋아
어머니의 입, 함박만 하게 벌어진다.
--- 본문 중에서
낮달
낮달은 한 무더기 찔레꽃이다
나비 떼 뽀얗게 날아올라
초여름 햇살, 꽃잎 꽃잎 떨어져 내린다
가던 길 멈추고 잠시 쉬어보는 숲길
찔레 순 꺾어 먹다 보면
저무는 어스름 저녁볕
삼베빛 솜병아리로 짹짹거린다
해지기 전 서녘 하늘가
밀가루 반죽처럼 둥그렇게
부풀어 오르는 낮달
어디선가 국수 삶는 냄새가 난다
걸음걸음 탱자빛 노을이 흔들리고
새뽀얀 나비 떼가 흔들리고
숲길 깨우는 북소리, 둥둥둥 구수하게 익는다.
--- 본문 중에서
1984년 창작과비평사에서 발간한 공동시집 『마침내 시인이여』를 통해 등단한 이은봉 시인의 등단 30주년을 맞이하여 발표한 시집이 실천문학사에서 출간되었다. 이번 시집『걸레옷을 입은 구름』을 통해 시인은 인간과 자연에 대한 지극한 연민과 애정을 변함없이 보여주면서도 꽃, 나무, 돌과 같은 생명과 무생물에서 세상의 근원적인 가치를 발견한다. 한편으로 이미 중년을 넘어서버린 자기 스스로를 발견하며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반성을 하는 내면의 목소리 또한 들려주고 있다.
추천평
이은봉 시인의 이번 시집에는 「민들레꽃」, 「주산리 꽃잔치」, 「일림산 철쭉」, 「산수유 노란 꽃」 등 꽃을 소재로 한 시들이 유난히 많다. 그래서 그런지 시의 분위기가 어둡거나 구질구질한 구석이 없다. 전체적으로 밝고 환하다. 그런 점은 이 시집의 전반부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대체로 시 하면 일단 엄숙하고 처연한 얼굴을 하고 대하게 마련인데, 이은봉 시인의 시를 읽다 보면 안 그래도 되니 시를 읽는 즐거움이 배가된다. 어쩌면 이 시인은 시와 삶의 가치를 아름다움, 따스함, 향기로움, 눈부심 같은 데 두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 이유에서일까. 이 시인의 시를 읽으면 내내 즐겁다. 마치 노란 부리의 조카 놈들, 제수씨들, 형제들, 어머니가 한데 어울려 펼치는 민들레꽃, 제비꽃, 벚꽃 등의 꽃잔치에 초대되어 한자리 차지하고 있는 느낌이다. 아마도 이는 그가 시를 통해 우선 생명의 활기를 노래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 신경림 (시인)
책속으로
주산리 꽃잔치
화들짝 피어오른 벚꽃들
송이눈으로 흩날리고 있다 목련꽃들
아직 젖가슴 퉁퉁 불어 있다
막내아우의 생일이라고
형제들 주산리 오막살이로 모여든다
아내가 옆집에서 어린 상추를 얻어 와 씻는 사이
나는 차 몰고 시내에 나가
돼지 삼겹살 몇 근 사 온다
고기 굽는 냄새가 피어오르자
조카 놈들, 입 딱딱 벌리며 달려든다
노란 부리의 제비 새끼 같다
이 모습 바라보며 제수씨들
신이 나는 모양이다 아내도
흐뭇한지 배시시 웃는다 누이동생 내외도
조금쯤 늦게 도착해 너스레를 떤다
개나리며 진달래도 낯빛 환하다
민들레며 제비꽃도 눈웃음친다
한참 꽃철인데 그냥 말 수 있겠느냐며
마음 들뜬 어머니가 형제들
한자리로, 주산리 오막살이로 불러들인 것이다
벚꽃들 송이눈으로 마구 흩날려
막내아우 생일잔치, 꽃잔치다
형제들 모여 벅적대는 것 너무 좋아
어머니의 입, 함박만 하게 벌어진다.
--- 본문 중에서
낮달
낮달은 한 무더기 찔레꽃이다
나비 떼 뽀얗게 날아올라
초여름 햇살, 꽃잎 꽃잎 떨어져 내린다
가던 길 멈추고 잠시 쉬어보는 숲길
찔레 순 꺾어 먹다 보면
저무는 어스름 저녁볕
삼베빛 솜병아리로 짹짹거린다
해지기 전 서녘 하늘가
밀가루 반죽처럼 둥그렇게
부풀어 오르는 낮달
어디선가 국수 삶는 냄새가 난다
걸음걸음 탱자빛 노을이 흔들리고
새뽀얀 나비 떼가 흔들리고
숲길 깨우는 북소리, 둥둥둥 구수하게 익는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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