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생 박혜은 청마문학회 제 10회 복숭아 문학상 우수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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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창작과 학부생 박혜은 청마문학회 제10회 복숭아 문학상 우수상 수상
청미문학회 제 10회 복숭아 문학상 우수상 작품
은퇴
박혜은
수십 년간 일하던 사무실 책상을 정리하듯
엊그제 아버지는 복숭아 과수원을 뒤엎었다
손가락 마디마다 맺힌 굵직한 매듭의 힘으로
복숭아 가지를 하나씩 하나씩 부러뜨리다
마침내는 자식 같던 당신의 나무를
뿌리째 뽑아내고야 만 아버지
밤새 일하고 지쳐 잠든 당신의 손등을 쓸어본다
새벽바람을 맞은 듯 오소소 일어난 살비듬
바스락거리는 그 거친 감촉을 더듬어 본다
언제 한 번 복숭아 과육처럼 촉촉했던 적 있었나
복숭아 열매를 감싼 포장지처럼 버석거릴 뿐
그렇게 메말라 있던 당신의 손이
내 철없던 시절 기억의 창을 열어젖히면
기다렸다는 듯 복숭아 향기가 줄달음질 친다
학교가 파하자마자 잰걸음으로 굽이 길을 돌아
복사꽃처럼 달아오른 뺨을 식히며
시골집 앞마당에 들어서면
가지 끝 조롱조롱 매달린 복숭아를 따주던 당신
처녀의 뺨처럼 물오른 과육을 사이좋게 베어 물 때,
입 안 가득 퍼지던 그 맛이 아직도 달큰한데
이제 당신의 기억은 미각을 잃고
어설프게 추억을 더듬는 둥근 눈은
복숭아나무가 심겨져 있던 구덩이처럼
움푹 팬 채, 메마른 울음을 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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