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학년 원수현 제2회 김현승 시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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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제2회 김현승시문학상 응모작 심사는 깊이 있는 생각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표현의 참신성, 상상력의 활달함 등을 기준으로 이루어졌다. 우선 이번 응모작들로부터 과감한 실험이나 독자적 형상화 방식을 발견하기 어려웠다는 점이 무엇보다 아쉬웠다. 창작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이미 존재하는 여타의 것을 뛰어 넘어 새로운 영역을 드러낸다는 데 있다. 그 새로움은 생각과 미의 확장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새로운 미적 세계를 개척하기 위해서는 미의 전통을 깊이 따져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새로움은 없었던 것으로부터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있었던 것을 성찰하는 가운데 탄생한다. 미적 개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성찰적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하다. 올 당선작으로 선정된 원수현(광주대 문예창작학과 4학년)의 「누구나 이미 그러한, 그러나 유일한」은 세월호 사태를 제재로 한 작품으로 그 언어가 뜨겁고 호소력이 강하다는 강점을 지니고 있다. 감정의 노출이 심하면 절제미를 잃을 수도 있는데 원수현의 시는 풍부한 감정 표현과 절제미 모두를 성공적으로 실현한 것으로 판단된다. 가작으로 선정된 허승화(한국예술종합학교 영화과 4학년)의 「입춘에서 경칩까지」는 명료한 주제의식을 간결한 언어미로 드러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선정된 시와 더불어 응모한 작품들을 볼 때 시적 대상의 폭을 보다 확장할 필요가 느껴진다. 허승화의 시와 함께 가작으로 선정된 윤영은의 「잃어버린 장미」는 사물의 이면을 꿰뚫는 감수성이 탁월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자신의 감수성을 보다 자신감 있게 드러내도 좋을 듯하다. 선정된 시 외에도 이현정(중앙대학교 일반대학원 문학예술콘텐츠학부 박사과정), 이서진(동국대학교 국어국문문예창작학과 3학년), 서지은(순천대학교 일반대학원 문예창작학과), 김수진(서울과학기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4학년), 김남주(계명대학교 문예창작학과 3학년), 김주희(서울과학기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3학년) 등의 시편이 심사위원의 관심을 끌었다. 올해 응모한 모든 문청들의 열정이 앞으로도 지속되길 소망하며 그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당선작
누구나 이미 그러한, 그러나 유일한
원수현
아버지는 비가 내리면 쏴- 하고 울었다
시간이 흐르면, 흘러갈수록
앙상하게 말라 사라져버릴 네 흔적들 때문에
어머니는 비가 내리지 않아도 울었다
너의 이름을 불러
허공에 박혀 새겨질 정도로 울어도
떠내려가는 기억들을 막을 수 없었기 때문에
온 몸을 부딪쳐 흰 포말을 일으키는 파도소리보다
너를 찾지 못한 부모의 절규가 더 컸다
부모들이 바다를 향해 큰 소리로 외칠 때마다
굵고 매서운 빗방울은 너의 이름을 집어 삼키며 바다로 뛰어들었다
꽃들로 둘러싸인 삼백 개의 영정사진을 보았나
빗방울을 그렇게 집어 삼키고도 바다는 울지 않았다
나는 노을이 질 때에도 붉지 않은 바다는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누군가 의문을 제기할 때마다, 검은 눈을 한 바다는 흰 입술을 소리 내어 다물었다
죄를 지은 자, 벌 받을 것이다. (누군가가 참지 못하고 돌려줘라-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쩌면 그 외침을 처음 들었던 날
나는 또 다른 죄를 지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꽃잎 위에 매달려 있던 빗방울은 어김없이 아버지의 심장으로 내리꽂혔다 공허한 허공을 쓸고 내려오며 날카롭게 갈려진
빗물이 불시에 찢어발기는 아버지의 가슴을 기우기 위해 자식들은 누덕누덕 바다로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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